온전히 내 아이를 위해 쓰는 시간.
쓴다기보다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온전히 마음을 다하려고 다짐했다.
항상 다짐하지만 그렇지 못한 적이 더 많다.
그래도 오늘 만큼은 나에게 칭찬하고 싶다. 그래야만 하겠다.
아침에 일어나는 아이와 함께 등원 준비시간에도 온전히 마음을 다했다.
안정된 마음으로 등원해주는 우리 아기.
울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갈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렇게 대했다.
하원해서 만나서 같이 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했다.
계획이 넘치고 실행력이 빠른 엄마라면 그리고 준비성이 철저한 엄마라면
뭐라도 만들기 하고, 아이랑 함께 놀만한 준비거리가 있겠지만
한 없이도 부족한 엄마여서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집 근처 도서관을 몇 번 가서 놀았더니 가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도서관 갈까? 하니 흔쾌히 좋다고 하는 아이.
가는 길 작은 공원이 있어 흙도 밟고 만져본다.
손톱 사이에 잔뜩 낀 흙이 거슬리지만 나무랄 것도 없다.
그저 마음껏 놀고 손 씻으면 그만이니까
주변에서 개미 나타난다, 개미 생긴다 하며 겁주는 말들을 듣고
실제 개미를 보고 무서워하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무서움이란 두려움을 준 것 같아 미안하다.
전혀 무서워할 거 없는데.. 그래서 얘기해 줬다.
"개미가 이곳에 집을 짓고 살고 있나 봐~"
"지금은 나와서 일하는 중이야~"
하며 얘기해 주니 한걸음 다가가 개미를 관찰해 본다.
한결 나의 마음도 안심이 된다.
목적지를 앞에 두고 몇 분을 놀다가 슬슬 움직이고 싶어서
"이제 도서관 가볼까?" 하며 의견을 물어본다.
엄마 말에는 곧잘 따라주는 아이에게 고맙다.
도서관으로 향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본다.
가자마자 손먼저 씻고, 물 한잔 들이켠 후 어린이도서관으로 들어간다.
나는 신발을 벗고 신발장에 넣는다.
아이도 그 모습을 보고 신발안에 들어간 흙을 털어 내며 신발장에 고스란히 넣는다.
신발 넣어야지 하는 명령 또한 목구멍에서 도로 넣어뒀다.
그저 기다려 줄 뿐이다.
넣으면 넣는 거고 안 넣으면 알려주면 그만이다.
어린아이들 하나 없는 어린이 도서관,,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론 마음 편히 책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한 권 뽑아서 가져온 아이에게 어디에 앉아서 볼까? 하고 물어본다.
오자마자 벗어둔 양말과 외투 옆으로 가서 앉는다.
나도 따라 앉는다.
재밌을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정성을 다해 책 한 권을 끝까지 같이 보고 얘기한다.
책을 덮어두고 뜨듯하게 데워진 방바닥에 앉아 아이는 손을 빨고 나에게 기대어 누워 있는다.
낮잠을 안 잤다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피곤함이 밀려오나 보다 먼저 생각해 둔다.
그렇게 몸을 지지고 나온다. 사서분들께 인사도 잊지 않고 하고 나온다.
아이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어른이 먼저 인사해주었지만 대답이 없는 아이를 대신해서
내가 인사를 두 번 하고 나온다.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거 없다.
내가 대신 한번 더 해주면 아이도 스스로 할 때가 오리라 믿는다.
부비동염으로 콧물 빼기 위해 이비인후과를 가야 했다.
아이에게 먼저 콧물 빼는 시늉을 하며 병원에 갈 거라고 미리 얘기해 준다.
싫다고 하는 아이, 평소에는 병원 간다는 말에도 잘 따랐는데
'그래, 오늘은 네가 조금 피곤했구나' 생각해 본다.
1층에서 안 간다고 주저앉는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번쩍 들어 안아서 병원까지 향했다.
진료 보려고 기다리며 항상 종이컵에 정수물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 버려야 하기 때문에
오늘도 어김없이 정수기 앞으로 달려간다.
종이컵이 다 떨어져 있는 걸 보고 없다며 "어떻게 해요?"라고 묻는 아이에게 다가가
다 떨어졌구나 하며 죄송하지만 종이컵 주시겠어요? 하고 요청했다.
선생님이 친절히 아이에게 얘기하며 종이컵 줄게~ 하신다.
종이컵을 받아 들고 물을 따르고 마시려는 찰나에 이름이 불려 잠시 두고 진료 보러 들어갔다.
몇 번 진료를 봤는데 한 번도 울지 않고 얌전히 있던 아이에게
오늘은 의사 선생님도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신다.
무뚝뚝해 보였던 의사 선생님이 오늘은 유하게 보이는 날이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도 어떠한 말도 전하지 않았다.
잘하는 것이 아닌 그저 치료 받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도 그걸 알고 울지 않고 받았겠거니 생각한다. 울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걸 일찌감치 아는 듯싶다.
첫날에 간호사 선생님께서 사탕 줘도 되냐고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사양했다.
사탕을 먹이는 것은 내입장에서 자제하려는 일이기도 하고
아이가 진료를 잘 보고 나온 것은 아이가 스스로 내적으로 잘 참고 받은 것이지
사탕으로 보상받기 위해 진료 보고 나온 게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탕을 주게 되면 그 사탕만 생각하며 갈 때마다 달라고 할 것 같아 애초에 사양했다.
울지 않고 치료 받아줘서 고맙다고 전해본다.
진료를 보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나오며 나는 또 두 번 인사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아들과 아빠가 먼저 타고 있었다.
부자의 대화를 작은 공간에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 대화를 듣고 나는 그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마음이 쓰였다.
아이의 아버지는 엘리베이터 손잡이 쪽에 기대어 있는 초등학생된 아이에게
기대지 말라고 몇 번을 반복 얘기하며 나무란다.
그리고 얼마 전에 감기 나았는데 어떻게 또 걸리냐며 나무란다.
빨리 나아야 한다며 안 그러면 주말에 못 놀러 간다고 협박을 한다.
이 대목에서 감기 걸리는 것은 누구의 탓이며, 과연 잘 못인 건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
걱정에서 나오는 말이라 하면 그나마 이해하려고 노력이나 하겠지만
아버지의 말에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우물쭈물 대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안쓰러웠다.
저 아이의 마음은 그때에 얼마나 고통일까, 얼마나 억울할까, 얼마나 슬플까,
이러한 마음을 뒤로하고 내려서 아이와 꿀떡을 사러 갔다.
꿀떡 한팩과 쑥떡 한팩을 사들고 애플김밥집으로 향했다.
잔치국수 한 그릇과 꼬마김밥 10줄을 시켜 아이와 나란히 앉아서 밥을 먹었다.
아이는 꿀떡 몇 개 집어 먹고 나는 김밥과 국수를 호로록 먹었다.
꿀떡을 양껏 먹었는지 반찬으로 나온 단무지를 먹는다.
마지막엔 덜어준 국수를 엄마처럼 먹겠다며 수저에 올려 먹는다.
하하, 너는 떡 먹으며 엄마가 먹는걸 옆에서 지켜봤구나???
귀여운 녀석
내가 맛있게 먹긴 했다..(ㅋㅋ)
아이가 뒤늦게 국수를 먹는데 옆에 아저씨 두 명이 들어와 주문하고 앉는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남성들
담배에 찌든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바로옆이라 또 대화 내용이 귀에 들려온다.
18,18, ㅈㄴ등을 섞어하며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자리에 없는 사람 이야기이다.
그렇게 할 말 없을까?
그리고 술 먹는 이야기
잘못된 이야기도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해봤을 이야기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 아이가 옆에서 듣고 있다는 생각에 거북해지고 빨리 자리를 뜨고 싶다.
아이가 옆에 있는데도 욕을 서슴없이 남발하는 어른이라면 진정한 어른일까?
하는 의문도 들고 세상이 약간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아이만큼은 때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이 또한 내려놓아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어린 시절 나는 4학년 때 욕쟁이라고 별명이 붙을 만큼 쌍스러운 욕이 입에 붙어 매일매일 늘려 나갔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많이는 안 하더라도 욕을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임심 한 때부터 욕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 뒤로 욕한 적이 손에 꼽힌다.
(내 버릇 못 버려서 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내 아이에게는 바르고 좋은 이야기로 가득 채워 주고 싶다.
긍정적이고 행복하고 독립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참 어렵다.
많이 어렵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육아하는데 정 반대의 배우자의 언어를 듣고 있노라면 열 뻗치는 날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걸로 싸움이 잦아지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 밤에 아이가 잠들기 전 이야기도 써두고 싶다.
낮잠을 안 잤는데도 불구하고 10시까지도 안 자고 놀자고 하는 아이
집 오자마자 씻고 약 먹고 우유 먹고 8시쯤 자겠지 했는데
예상과 달리 계속 놀고 있어서 나도 조금씩 지쳐 갔다.
그러나 오늘 온전히 아이를 생각하며 보내자는 내 다짐이 마음에서 울려 퍼진다.
시종일관 텐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빨리 재우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서
'아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내 아이와 시간이 중요해' 라고 다시 생각을 고쳐 먹고 대한다.
그렇게 하니 화나는 일도 없고 내 말투나 태도도 유하게 나온다.
잠자리 들어서 몇 가지 장난감으로 놀다가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오늘 즐겁고 재밌었네~ 내일 또 놀자~ 이제는 자야 해~ 얘기해 본다.
안아달라는 아이에게 남편한테 안아주라고 했다.
그런데 참 이유도 말도 많다.
바로 번쩍 안아주길 바랐는데 아빠가 안아줄까? 물어보고 끄덕이는 아이에게 이리 와~한다.
참으로.. 안아준다면서 오라고 시키면 누가 가고 싶을까?
여하튼,, 그래도 안아주었다. 안아주자마자 기저귀 해야겠다며 다시 눕히고 기저귀를 갈아준다.
참.. 아쉽다. 안아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주면 좋은데 일처리 하기 참 바쁜 사람이다.
그래서 아이는 또 안아달라는 말을 한다. 바지 입으면 안아주겠다는 아빠
왜 또 거기서 조건이 나오니..... 그럴 거면 안아주지 말아라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바지를 안 입겠다고 떼를 쓴다.
나도 아이가 땀이 좀 났으니 식으면 입혀야겠다 하고 아이를 달랜다.
계속 바지는 입고 잤으면 좋겠어~ 감기 걸려서 밤이 되면 추우니까 입자~ 하는 아빠의 말을 듣고 있노라고면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때와 상황 구분을 못하는 느낌이 강하다.
이미 틀어진 상태인데 설득이 먹힐까?....
끝까지 안 입은 아이. 그리고 괜히 안 자려고 다른 장난감을 손에 쥐어달라며 운다.
고의적으로 무시한다. 자야 하는데 투정을 부리며 요구사항을 들어주다 보면
끝까지 들어주어야 하고 그러면 시간은 지체되고 나도 지치게 된다.
그래서 자는 척 무시한다. 그랬더니 잠잠해지는 아이.
안 자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다. 졸린데 안자려고 발버둥 치는 게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 본다.
아이에게 "우리 아이 자는 게 많이 힘들구나"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러고 나니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
자장가를 불러줘 본다.
어느새 드렁드렁 잠이 든 아이 천사의 모습으로 잠이든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조용히 남편에게 피드백한다.
아이의 마음을 대신해서 얘기해 본다. 그랬더니 이해된다는 남편.
내 말을 중간에 끊어먹으며 이해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얌전히 조용히 들어준 게 고맙다.
이렇게 나의 육아는 생각이 쉴 날이 없다.
어렵고 힘들지만 나도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에 대견하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나를 칭찬하고 싶다.
잘하고 있구나 얘기해주고 싶다.
앞으로의 아이와 함께할 시간들이 얼마나 보람차고 즐겁고 행복할지 기대가 될 뿐이다.
어려움 또한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아이와 함께 쑥쑥 커나가고 싶다.